망루는 정의실현의 보루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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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루는 정의실현의 보루로 남았습니다.
  • 정영신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 승인 2014.01.30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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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쉼 없이 돌아가지만 나의 시간은 2009년 1월 20일에 멈춰져 있다.

2009년 1월 20일, 강제철거에 맞서 살고자 올랐던 망루에서 시아버지는 목숨을 잃었고, 남편은 그 죽음의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야만 했다. 그리고 나의 꿈이었던 가게와 집 모두 송두리째 빼앗겨 버렸다.그 후 나는, 남편을 잃은 다섯 유가족 어머니들과 장례식장에서, 돌아가신 아버님들의 진상규명과 그 죽음의 책임자처벌을 요구하며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마르지 않는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아버지를 잃고도 1.75평 독방에 갇혀있는 남편을 보며 강해져야만 했고, 아버지를 잃은 어린아이들의 누나 노릇을 하며, 슬퍼하거나 힘들어해서도 안 되는, 숨을 쉬어도 숨이 쉬어지지 않는 삶을 살아야만 했다.

2009년 1월 20일에 멈춰진 나의 시간

작년 초, 이명박 정권은 측근들의 사면을 위해 비난의 방패막이로 남편과 철거민동지들을 사면했다. 사면에 대한 많은 비난이 있었지만 솔직히 난 너무 기뻤다. 그동안의 삶이 너무도 외로웠기에, 혼자의 힘으로 견뎌야할 것들이 너무 많고,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 많기에 남편이 돌아온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우리들은 2009년 보다 더한 삶을 살아야만했다. 용산참사 진압책임자, 김석기(전 서울경찰청장)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리는 자가 다시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영전됐다는 소식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분명 박근혜 정부는 본인 임기에는 낙하산 인사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김석기라니. 김석기가 어떤 자인가? 무고한 시민 여섯 명이 죽였음에도, 진압이 정당했다고 말하는 뻔뻔한 자 아닌가. 또한 본인이 책임져야할 죄를 아랫사람에게 떠넘겼던 무책임한 자 아닌가?

사면의 기쁨도 잠시, 2009년보다 더 혹독해진 삶

한국공항공사는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 되어야할 기업인데, 국민의 안전보다는 권력의 하수인, 출세를 위해선 사람 목숨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뻔뻔하고 파렴치한 자가 공기업 사장이라니. 전문성도 없고, 도덕성도 없는, 서류심사 꼴찌, 면접심사 꼴찌인 김석기를 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한 것은 박근혜 정권에게 큰 오점이자 최악의 인사였다.

아침마다 살인마 김석기 출근을 막기 위해 공항공사 앞에 선 우리들은 날마다 2009년 1월 20일 참사그날의 반복이다. 아니 2009년 보다 더한 삶을 살고 있다. 언론에 대고는 용산참사 유가족을 만나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말하고선 청경과 사설경비용역까지 고용해, 1인 시위를 하는 우리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가하고, 심지어 경찰들을 동원해 유가족들을 연행하기도 했다. 언론 앞에선 유가족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말하고, 뒤로는 접근금지 가처분신청을 하며, 공항공사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며 유가족들 가슴에 또다시 상처를 입히고 국민을 속인 파렴치한 자가 김석기다.

김석기 출근저지투쟁은 우리에게 용산참사의 그 날이 반복되는 아픔이다

그뿐인가. 며칠 전 당시 검찰 수사본부장이였던 정병두가 대법관후보로 올랐다. 정병두는 용산참사 당시, “유가족 동의는 필요 없다”며 유가족 몰래 시신을 빼돌려 단 2시간 반 만에 강제부검을 했다. 살인진압 책임자 김석기에 대해서는 조사조차 없이 서면답변서만으로, 경찰 “무혐의”로 결론지었다. 경찰과 용역의 합동작전은 없었다고 발표했다가, 나중에 경찰무전 교신내용과 PD수첩 방송으로 거짓임이 들통 났다. 그렇게 애초부터 “경찰 무죄, 철거민 유죄”라는 짜여진 각본대로 정권의 입맛대로 편파, 왜곡 수사하고 결과를 발표한 정치 검찰의 표본이 정병두다. 그런 자가 대법관이라니. 만일 정병두 같은 자가 대법관이 된다면 불의에 저항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김 석기, 정 병두 사퇴운동을 멈출 수가 없다. 용산참사 책임자들이 승승장구하다보니 경찰력 남용은 기본이고, 국민의 안전 따위는 생각지도 않는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김석기, 정병두... 용산참사의 책임자들이 승승장구하는 기이한 대한민국

5년이 흘렀다. 지난 20일 다시 우리는 열사분들 묘소 앞에 섰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아들과 동지들이 함께 하는 자리였음에도 우린 열사분들 묘소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5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세상이 죄송하고, 진상규명하나 밝히지 못한 죄송함에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흘려야만했다. 열사 분들의 염원이었던 "강제철거 하지마라, 우리도 사람이다. 대책 없는 개발악법 바꿔내자!"라는 외침은 아직도 듣는 이 하나 없이 지금도 수많은 개발현장에서 여기 사람이 있다고 외치는 현실이 한스러워 눈물이 흐른다. 용산참사는 이시대의 아픔으로 상징적인 탄압과 저항의 상처로 남아있는데 용산참사를 지휘했던 책임자들은 마치 용산참사를 훈장처럼 여기며 승승장구하는 현실에, 열사분들께 인사조차 하지 못하는 여전히 서러운 세상이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은 정의를 확인하고 세상곳곳의 아픔을 함께 덜어가는 일

지금도 수많은 곳에서 여기가 용산참사 현장이라는 곡소리와 절규가 흘러나오고 있다. 평범하게 살던 농촌의 일흔 넘은 노모들이 알몸으로 송전탑 건설을 막아서다 결국은 죽음을 선택해야만 하는 억울한 세상. 평화로운 강정마을을 지키고자 백발의 노신부님이 삭발을 하며 노숙농성을 해야 하는 한 서린 세상, 해고는 살인이다 정리해고 철회하라고 외치는 노동자들이 함께 일하던 24명의 동료를 잃고, 5년을 눈비 맞으며 거리에서 싸워야 하는 모진 세상.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고도 그 살인의 책임자에게 오히려 범법자취급을 당하며 질질 끌려 유치장에 갇혀야하는 유가족들의 삶과 우리이웃의 위험한 삶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우리들은 용산참사 진상규명, 책임자처벌을 해야만 한다.

용산참사의 진상규명이 되지 않는 한 전국에 “여기가 용산참사 현장입니다”라는 외침은 수없이 들릴 것이고, 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행렬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저항의 상징- 용산참사는, 참사의 책임자들이 그릇된 권력을 잡는 훈장이 아니라, 자신의 안위를 위해 권력에 기생한 자들이 그 과오의 책임을 지고 법의 심판을 받아야할 이 사회의 ‘정의’ 라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날이 오지 않는 한 우리의 시간은 2009년 1월 20일 그대로인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수많은 곳에 ‘용산의 아픔’이 있다. 아픔 속에 있는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사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세상의 아픔을 함께 덜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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