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마을 조경철 신임회장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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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강정마을 조경철 신임회장에게 듣는다
  • 토란 (제주 범도민 대책위원회)
  • 승인 2014.01.30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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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강정마을 조경철 신임 마을회장 선출

 지난 12월 30일 강정마을회는 의례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새로운 마을회 임원들을 선출했다. 신임 마을회장으로 조경철 부회장, 부회장은 고권일 반대대책위원장과 최용범 씨를 선출했다. 이로써 강정마을회는 지난 7년 동안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이끈 강동균 마을회장에 이어 앞으로도 질긴 싸움을 해나갈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이번 총회에서 감사에 입후보했던 주민 강OO 씨의 피선거권 및 선거권이 박탈되는 일이 있었다. 마을총회는 강OO 씨를 포함해 지난 2007년 4월 해군기지 유치회의를 주도하고 이후 투표함 탈취 사건을 벌여 마을을 분열에 빠뜨린 인물들에 대해서 마을주민 자격박탈을 결정했다.

 

조경철 신임 마을회장에게 듣는다

정리_  토란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갑오년 새해를 맞아 앞으로 2년 간 강정마을회를 이끌어갈 신임 마을회장 조경철 씨를 만나 신년 인사를 듣기로 했다. 딸기 비닐하우스에서 한창 분주하던 조 신임 마을회장은 아직 임명된 것도 아닌데 인사말은 이르다며 조심스러움을 내비쳤다. 그래도 마을회장 단독후보로 나선 이에게 포부가 없을 리 없다. 앞으로 마을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그에게 들었다.

“나는 강정에 살기 때문에 싸웁니다. 내 눈앞에서 벌어진 정당하지 않은 상황을 모른 척할 수 없어 싸우다보니 마을회장의 임무까지도 맡게 되었습니다. 이제 행정적인 싸움에 대해 저와 신임 임원들이 최선을 다해 맞설 것입니다.

얼마 전부터 도는 주변종합발전계획을 들고 와 강정주민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크루즈특화거리라든지, 풍력발전단지를 이 마을에 건설해 마을을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이지요. 외부에서 보면 거참 기특한 계획일지 모르나 주민의 입장에서 이 계획은 기만일 뿐입니다. 싫다는 의사를 무시하고 번드르르 꾸며 주어서 기뻐할 사람 누가 있습니까. 이것은 명백히 해군기지로 인해 주민이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한 홍보 전략입니다. 우리에게 뭔가를 주고 싶다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 손으로 마을주민들의 삶의 터전, 땅과 바다를 빼앗으면서 반대급부로 다른 손으로 건네는 이질적인 선물이 전혀 달갑지 않습니다. 우리 마을은 이 가당찮은 선물을 거부하기 위해서 올해 싸울 테지요.

제가 임기를 맡은 기간에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는 것은 마을주민 간의 갈등을 누그러뜨리는 일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화해 당사자는 2007년에 해군기지유치신청을 하고, 곧이어 투표함 탈취 사건을 벌여 마을에 화를 불러온 자들이 아닙니다. 몇몇의 부추김에 해군기지 찬성 측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던 주민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기나긴 설촌의 역사 속에서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온 그 주민들과 전과 같은 일상을 회복하길 원합니다. 그분들과 계속 대화하여 뜻을 맞춰 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대화해 나가야 할 다른 대상은 정부입니다. 해군기지가 정당하지 않은 과정으로 추진된 점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주민들을 위해 뭔가를 하려는 의지가 보인다면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정이 자기 역할을 할 힘이 있으면 좋지만 아직 저는 제주도정에게서 그런 가능성을 본 적이 없습니다.

해군에 대해서는 과연 대화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초창기 추진단장을 맡았던 김성찬 전 해군참모총장이 우리에게 좋지 않은 전례를 남겼지요. 해군기지 육상공사부지 내 주민들 토지에 대해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강제수용하지 않겠다, 공식석상에서 그 말을 했거든요. 그래놓고 몇 년 뒤, 해군참모총장이 되어 구럼비 쪽 토지를 강제수용했습니다. 해군은 약속을 지키지 않습니다. 군인이라면 자기 나라 국민을 위해 충심으로 업무에 임해야 하는데 해군은 국민을 대상으로 사기 치는 기본이 없는 집단입니다. 해군과 섞여 살아야 한다면 강정 주민으로서 자존심이 허락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 마을에는 많은 분들이 연대 활동을 하기 위해 오십니다. 지킴이처럼 주민이 되어 살아가는 분들도 있고, 육지에서 매번 사비를 들여 오고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분들과는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저는 임기를 맡은 2년 동안 주민들과 평화를 사랑하는 분들이 원하는 바른 길을 가겠습니다. 2014년 강정마을에는 좋은 일들만 있기 바랍니다.”

▲해군기지 공사가 진행 중인 강정 앞바다

 

강정마을에서 온 새해편지

 

 안녕하십니까. 강정마을 신임마을회장 조경철입니다.

 하시는 모든일에 만복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이제 얼마후면 음력으로도 임진년이 지나고 갑오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120년전 이땅에는 갑오경장이라 불리는 농민전쟁이 있었습니다. 당시 농업은 사회의 중추적인 산업이고 그에 참여하는 민중들이 새로운 세상을 원하며 일으킨 혁명이었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가슴 아프게도 그 혁명은 일본제국의 군화발에 짓밟히고 말았습니다.

 1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를 둘러싼 주변정세나 내부적인 상황은 그때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여전히 한반도를 둘러싸고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고 국내정치는 민심을 짓밟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장’이라 함은 낡은 거문고줄을 갈아끼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줄을 갈아 맑은 화음이 되도록 하는것이지요. 당시 농민군은 사회계층 모두가 서로가 제목소리를 내어 사회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세상을 원했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일수록 목소리를 내면 탄압하는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제야말로 진정으로 조율이 필요한 시대가 오고있습니다. 우리사회를 이루는 근간인 민중들 하나하나가 깨어 일어나 세상을 조율하는 일에 함께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저는 강정마을 회장으로서 강정에서 울리기 시작한 생명평화의 목소리가 꺼지지 않도록, 그리고 깨어지고 분열된 주민들간의 갈등을 풀어내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더불어 부디 하시는 일들 모두 순조롭고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2014년 1월, 강정마을 신임마을회장 조경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