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글] “사랑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상태바
[사진글] “사랑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4.09.30 2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제가 어렸을 때 촌에서 자랐는데... 새끼 송아지를 먼저 팔면 어미소나 아빠소가 밤새도록 웁니다. 그냥 하루만 우는 것이 아니고 일주일, 열흘을 끊이지 않고 웁니다. 그냥 우는 것이 아니고 막 애가 끊어질 듯이 웁니다. 그러면 적어도 제 기억에는 새끼 소를 팔았던 우리 삼촌이나 동네 아저씨가 그 다음날 아침에 소죽을 더 정성껏 끓였고, 동네 아이들은 영문도 몰랐지만 그 소한테 가서 지푸라기 들고 뭐라도 먹이려고 했어요.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꼈고, 어떤 이웃도 저 소새끼 왜 우냐고 하는 이웃을 본적이 없습니다. 하다못해 소에게도, 짐승에게도 그렇습니다. 적어도 그 소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요. 기한은 우리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 여러분들의 슬픔이 멈추는 날까지, 그때까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하라는 얘기는 맞지 않다. 그것은 확신해서 드릴 수 있는 말씀입니다. 기한은 정해져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슬픔이 끝날 때까지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놀러가다 죽었는데 뭘 그렇게 진상규명하냐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면 저는 “애들이 국가다!” 이렇게 말합니다. 애들이 크면 군인도 되고 학자도 되고 정치인도 되고 노동자도 되고 경찰도 될거고, 애들이 커서 국가가 될건데 그랬던 애들을 잃어버렸는데… 애들 없는 국가가 어딨습니까. 그래서 애들이 나라고 국가지… 그렇잖아요.

유가족 여러분 힘내십시오. 너무 많이 들으셨을거라서 저도 그런 말씀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힘이 드실 때는 비축하시고, 너무 힘드실 땐 힘내지 마세요. 우리 힘빠질 땐 여러분들이 가고 여러분들 힘 빠졌으면 저희가 가고 그렇게 아이들 사랑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갔으면 좋겠습니다. 투쟁과 증오는 사라질 수 있지만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사고는 설사 잊더라도 아이들의 꿈은 잊지 않도록요.

 

- 방송인 김제동씨가 지난 8월 29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과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농성중인 세월호 유가족을 찾아와 나누었던 대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