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모녀피살사건' 외국법의학자 첫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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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모녀피살사건' 외국법의학자 첫 증언
  • 천주교인권위
  • 승인 1999.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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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법정에서의 첫증언
치과의사 모녀피살 사건의 진범여부를 가리기 위해 외국 법의학자가 국내 법정에서 처음으로 증언하게 된다.

1심 사형, 2심 무죄, 대법원의 유죄취지 파기환송으로 유무죄가 뒤바뀌어온 이 사건은 직접증거는 없고 정황증거만 있어 사건발생 4년5개월이 지난 지금도 사망추정시간을 놓고 법정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5부의 증인으로 채택된 스위스 로잔대학 법의학연구소 토마스 크롬페쳐 교수(60)는 오는 19일 속행공판에서 증언하기 위해 지난 16일 입국했다. 크롬페쳐 교수는 시신이 굳어진 상태를 보고 사망시간을 추정하는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이 크롬페쳐 교수에게서 기대하는 것은 이 사건의 핵심인 모녀의 사망추정시간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서울대-고려대 법의학교수들의 감정결과를 뒤집는 것. 이 사건은 지난 95년 6월 12일 오전 8시 40∼50분쯤 서울 은평구 불광동 M아파트 치과의사 이도행씨(37)의 집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가 있은 뒤 진화가 끝난 9시 35분쯤 화장실 욕조안에서 숨진 이씨의 아내(당시 31세.치과의사)와 딸이 발견된 것.

이씨는 "사건 당일 오전 7시쯤 집을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국과수 등은 모녀의 사망시간을 오전 7시이전으로 보고 이때문에 이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크롬페쳐교수로부터 "시반(屍斑)과 시강(屍剛), 위의 내용물 분석만으로 추정된 사망시간은 형사사건에서 유죄의 증거로 단정할 수 없고 모녀의 사망시각은 시체 발견에서 1∼12시간전"이라는 증언을 이끌어 내 이씨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 계획이다.

크롬페쳐 교수는 17일 김수환 추기경을 만난 자리에서 "객관적인 상황에 대한 법의학적 정의가 한 사람에게 잘못 내려지고 있는 만큼 법정에서 학자의 양심에 따라 진실만을 증언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크롬페쳐 교수의 방한과 증언을 주선한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이도행을 생각하는 모임(대표.김영욱신부)'은 지난 9월 아내와 딸을 잃고 범인으로 지목돼 고통 받고 있는 이씨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구성됐다.


<윤상환기자>

세계일보 1999-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