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모녀살인사건 속행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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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모녀살인사건 속행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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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9.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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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법의학자 증언놓고 공방전
사망시각 추정 이의제기에 검찰 '신뢰성 의문' 반박

'한국판 오 제이 심슨 사건'으로 불리는 서울 불광동 치과의사 모녀 살인사건의 파기환송심 속행공판이 19일 열려 저명한 해외 법의학자의 증언을 둘러싸고 검찰과 변호인 사이에 뜨거운 '법의학 공방'이 오갔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이종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
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스위스 로잔대학 법의학연구소의 토마스 크롬페처(60) 교수는 "한국 법의학자들이 주검의 경직도(시강)와 반점(시반), 위음식물을 통해 사망시각을 추정한 감정 방식과 결론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이 사건의 핵심증거인 감정 의견서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특히 몸이 굳는 시강현상은 온도가 높을수록 빨라진다는 게 정설인데 당시 주검이 섭씨 43도의 따뜻한 물이 차 있는 욕조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이 간과됐다"며 "치과의사 모녀가 숨진 시각은 한국 법의학자들이 밝힌 것과 달리 오전 7시 이후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사망시각은 사건 당일인 95년 6월12일 오전 7시 이전에 집을 나선 이도행(36.외과의사)씨가 출근 전 범행을 저질렀는지, 출근 이후 제3자에 의해 범죄가 저질러졌는지를 가리는 열쇠가 되고 있어 그동안 공방의 대상이 돼왔다.

국내 법의학자들은 수사과정에서 "시강현상으로 볼 때 검안시각인 오전 11시30분보다 7~8시간 앞선 새벽 3시30분과 4시30분 사이에, 위음식물 상태로 볼 때 새벽 4시 이전에 피해자가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이는 이씨가 범인으로 지목되는 데 주요증거가 됐다.

검찰은 이날 반대신문에서 "크롬페처 교수가 국내 법의학자들이 내놓은 방대한 자료를 모두 검토한 뒤 의견을 밝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증언의 신뢰성을 공격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1999-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