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이주노동자 청년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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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이주노동자 청년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
  • 박정형(한국이주센터 활동가)
  • 승인 2018.12.26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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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930일 일요일 12시 부평 북부역 앞 원형광장에서 추모집회가 열렸다. 200여명이 넘는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출입국 단속반을 피하다가 건설현장 지하에 떨어져 뇌사상태로 죽은 딴저테이라는 미얀마 이주노동자를 추모하고,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사람들에게는 추석 연휴 한 공중파 보도에 의해, 출입국의 단속을 피하다가 뇌사상태에 빠졌지만 한국사람들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사망한 미얀마 노동자 산소띠씨로 알려졌다.

2018822일 점심 12시경 김포의 한 건설현장 간이식당에 인천출입국외국인청 단속반이 들이닥쳤다. 현장 노동자들에 의하면 건설현장 옆에 간이건물을 만들어 놓고, 출장음식을 배달하여 먹는 것이라고 한다. 당일 음식은 닭고기가 나왔고, 딴저테이씨의 친구는 닭고기는 딴저테이씨가 좋아하는 메뉴라고 한다. “닭고기 나왔다라며 수저를 채 뜨기도 전에 급작스럽게 단속반이 들이닥쳤다고 한다. 단속반이 출입문을 잠그고 수갑을 들고 욕설을 하며 모두들 앉으라고 하자 미등록 이주민들이 건설현장으로 나있는 창문으로 탈출하기 시작했다. 단속반은 창문으로 탈출하는 이주민들을 막으려 했다. 건물 내부에 있던 친구는 본인도 단속을 피하는 도중 딴저테이씨가 창문에서 탈출하는 것을 봤다. 그는 단속반이 창문을 넘으려는 딴저테이씨의 발을 잡았고 그 과정에서 딴저테이씨가 중심을 잃고 건설현장 지하로 떨어진 것 같다고 증언하였다.

추모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애통해하고 분노한 것은 비단 한 미등록 노동자 사망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등록 노동자의 사망하는 과정에서 너무도 비인간적이고 석연치 않은 출입국외국인청의 대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단속반들은 추락한 딴저테이씨를 발견하고서도 긴급하게 구조활동을 하지 않았다. 미등록 노동자들이 더 도망가지 않도록 단속하는데 열중했다고 한다. 추락한 딴저테이씨를 발견하고 긴급하게 사람을 부르고 크레인을 동원하며 구조하려고 한 것은 단속반이 아니라 회사관계자라고 한다. 125~10분 경에 추락한 딴저테이씨가 구조되어 인천에 있는 한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1325분이다. 약 한시간 반 가량을 딴저테이씨는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목격자들은 딴저테이씨를 지하에서 올렸을 때 그가 무언가 얘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한국말을 할 수 있는 노동자를 불러오라고 했지만 출입국외국인청은 노동자들의 접근을 막았다. 병원에 옮겨져서도 미얀마에서 유가족이 올 때까지 동료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더욱 더 기가막힌 것은 초기 딴저테이씨의 사망 원인이 자살자해라고 표기된 점이다. 딴저테이씨 유족이 보험을 수령하기 위해 서류를 확인하지 않았으면 자살자해라고 표기된 것을 누구도 몰랐을 수도 있다. 현재 법무부, 119, 동석자들 모두 자기들은 자살자해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하며 누구 하나 이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딴저테이씨가 병원에 뇌사상태로 있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공권력의 폭력과 심지어 이로 인한 죽음이 쉬쉬되던 동안 법무부는 어떤 입장을 내놓았을까. 법무부는 건설업에 불법취업하는 외국인들을 집중 단속할 것이고, 외국인들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통해서 한 번만 단속이 되도 강제출국시키겠다고 공표하였다. 이는 서민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추석을 앞둔 914일에는 구로 인력시장에서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불법취업·고용방지 계도활동과 주민간담회를 했다고 홍보하였다.

지난 11월7일 딴저테이씨 죽음에 대한 경찰청 규탄 기자회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미등록 이주민들을 서민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로 묘사하며 이주민들에 대한 불안과 혐오의 감정을 조장하고 있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불안과 혐오의 감정 뒤에 숨어서 미등록 이주민들에 대한 폭력적인 단속을 지속하며 이들이 함께 살고 있는 우리의 이웃이라는 인식을 무감각하게 만들고 있다.

매번 사람이 죽고 다치는데도 법무부의 폭력적인 단속은 지속되고 있다. 도저히 시스템을 견딜 수없어 미등록 노동자의 길을 선택하게 만드는 부조리한 외국인고용허가시스템을 근원적으로 고민하라는 요구는 무시되고 있다.

부평역에서 추모집회가 열린지 1달 반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그 동안 화성에서는 또 다른 여성 노동자가 단속을 피하다가 4층 높이의 건물에서 추락해서 중상을 입었다. 법무부는 딴저테이씨와 관련해서 일부 언론사와 활동가들에게 채 1분도 안되는바디캠 영상을 열람하게 하면서, 딴저테이씨가 안전하게 펜스를 넘어 착지를 했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영상을 보고서는 더욱 참혹한 생각이 들었다. 딴저테이씨는 밖에서 못나오게 막는 단속반의 손을 피하느라 안전한 곳에 발을 딛이지 않고 발 한번 잘 못 딛이면 추락인 너무도 위험한 장소로 탈출할 수 밖에 없었다. 찰나 후 다시 비춰지는 딴저테이씨가 착지했다는 지점에 딴저테이씨는 더 이상 영상에 등장하지 않는다. 정말 짧은 시간에 딴저테이씨가 추락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영상은 딴저테이씨를 발견한 과정도, 구조 과정도 보여지지 않도록 잘라놨다. 오직 드라마틱한 접촉이 없었다는 것에 집착하는 면피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10년동안 82명의 노동자가 죽거나 다쳤다. 매년 평균 1명의 노동자들은 단속과정에서 사망했다. 우리는 법무부의 사상자에 대한 기록이 얼마나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사망한 이주노동자는 92년생이다. 딴저테이씨를 단속반이 직접 밀었든, 간접적으로 밀었든, 사람을 계속 다치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법무부의 무책임한 이 단속의 칼춤은 용납이 되지 않는다. 이 땅에 어떤 노동자도 공권력에 쫓기다 추락해서 죽는 죽음을 맞이해서는 안된다.

*이 글은 20181015일 시사인천에 기재한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