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숨겨진 장애여성들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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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숨겨진 장애여성들 찾기
  • 이은지(장애여성공감 활동가)
  • 승인 2019.04.03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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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여성은 어디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장애인독립생활운동에서는 장애인이 거주시설이라는 공간에서 분리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사회 안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을 중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장애여성공감에서는 장애인거주시설에 방문하여 거주인을 만나고, 거주인의 시설 밖의 삶을 고민하는 활동을 해왔다.

시설에 방문했을 때 장애여성이 등록장애인의 성별 통계에 비해 너무 적은 수여서, 잘 드러나지 않는 장애여성들이 어디에 있는지, 왜 잘 보이지 않을 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가시화되지 않는 장애여성, 장애여성처럼 잘 드러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소수자의 이야기를 작년에 포럼을 열어 엮어내었다.

 

어떤 사람이 시설에 살고 있을까

장애인 거주시설 안에서는 많은 인원이 모여서 생활하는 특성 때문에 개인이 개인의 삶을 살아가기 어렵다. 내가 자고 싶을 때, 먹고 싶을 때에 맞춰서 그런 행동을 하기 어렵고, 정해져있는 일정과 계획표대로 생활한다. 시설과 관련된 보도에서 흔히 시설 안의 폭력과 비리가 이슈화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라고 해도 시설의 특성 때문에 개인이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이 구성된다.

장애인 거주시설 뿐 아니라 24시간 거주하며 숙식을 해결하는 시설 안에는, ‘보호가 필요하다고 규정되는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살고 있다. 홈리스, 탈가정 청소년, 중증장애인, 폭력 피해자 등은 누군가의 돌봄과 보호가 필요하다고 이야기된다.

다양한 종류의 시설은 각기 사회복귀, 재활 등의 목표를 이야기하지만, 시설 안에서의 생활은 시설 밖에서 살아가기 위한 기술과 관계 등을 익힐 수 있기보다는, 정해진 규칙과 단체생활에 익숙해지기 위한 과정인 경우가 많다. 탈시설은 시설 밖을 나오면서 바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거주시설 안에서는 그런 과정을 가지기 어렵다. 어떤 사람은 관리와 통제가 필요한 사람으로, 또 어떤 누군가는 그들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진다. 보호와 돌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특정한 공간에서 살아가게 하는 것이 시설의 한계를 드러낸다.

시설의 특성으로 대표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결정하기 어려운 삶'은 거주시설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만의 삶이 아니다. 또한, 장애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활동보조가 필요한 일상생활에서 보조해 줄 사람을 선택할 수 없는 장애인, 결혼을 통한 이주일 때만 다문화정책에 포함되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주여성, 가족에 순응하거나 가족을 떠나는 관계 외에 같이 살 사람을 선택하기 어려운 청소년 등 누구와, 어떻게 살지의 고민에서 많은 사람들은 배제되고 있다.

 

독립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혼자서 밥도 빨래도 못하는데 어떻게 나가서 살아?’ 이런 질문은 여전히 독립을 준비하는 장애여성에게 되돌아온다. 혼자서는 무엇을 하기 어려운, 혼자하기는 위험한 등등 이런 질문은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독립할 수 없는 사람들로 만든다. 하지만 같은 질문을 비장애남성에게 던지지는 않는다. 질문 안에는 이미 장애가 있으면 할 수 없음, 그리고 성별에 따른 역할이 전제되어 있다.

그런데,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어떤 사람이든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갈 수 없고, 서로의 힘에 기대어 의존해야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혼자서 하기 어려운 것이 부족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더 잘 의존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갈 지에 대한 질문들이 더 필요하다. 삶에 책임을 지는 것은 혼자만의 몫이 아니다. 독립적인 삶은 의존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의존과 돌봄을 주고받으며 그것들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에 더 가깝다.

독립할 수 있는, 독립해도 되는 능력과 자격을 갖춘 사람은 누구일까? 장애여성공감에서는 독립이 개인이 자유로울 수 있는 물리적 공간에서 사는 것 뿐 아니라 심리적, 경제적 독립 등 다양한 차원의 독립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독립생활은 완성된 어떤 것이 아니라 선택과 결정을 통해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장애여성은 내 삶을 내가 선택하고 이끌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심사의 과정을 겪는다.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 지원이 필요함을 증명해야 하고, 일상생활에서 편견과 차별에 맞서기 위한 저항을 놓을 수 없다. 장애여성은 주변에 보호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고, 관계 안에서 주도권을 갖기 어려운 환경에 있다. 가족과 주변인들의 관계 안에서 장애여성인권단체, 혹은 비슷한 고민과 경험이 있는 동료들을 만나서 선택과 결정권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을 나누고 있다.

장애가 없고 건강한 몸을 기준으로 설계된 사회에서 비정상으로 규정된 몸을 가지고 안정감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미션이다. 사회에서 분리되어 있는 거주시설 뿐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도 은폐되고 배제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정상의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해도 기준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에 도달할 수 없고, 정상성에 문제제기를 같이 해나갈 사람들이 필요하다.

장애여성이 누구와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할 수 있게 함께할 수 있는 공동체가 많이 형성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러한 공간과 관계가 만들어져야 사회에서 은폐되어 있던 사람들의 얼굴과 목소리가 여러 자리에서 드러나게 될 것이다. 함께 의존을 이야기할 수 있는 연대가 늘어날 때에, 장애여성이 사회적으로 숨겨져 있지 않고, 숨 쉴 수 있는 환경이 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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