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여전히‘인권 사각지대’
상태바
교도소 여전히‘인권 사각지대’
  • 천주교인권위
  • 승인 1998.12.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소자 32% “폭행당해”­의무관 진찰 29% 불과
천주교 인권위·인권사랑방 실태조사에 의하면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교도소는 여전히 인권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교도소의 부당한 처우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재소자들이 몽둥이로 온몸을 맞고 햇볕이 들지 않는 징벌방에 갇히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책의 반입이 허용되지 않는가 하면, 병이 걸려도 의사가 아닌 교도관이 진료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출소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천주교 인권위원회(위원장 김형태 변호사)와 인권운동사랑방(대표 서준식)은 21일 서울 가톨릭회관에서 최근 교도소에서 출소한 23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교도소 인권침해 실태’를 발표했다. 교도소내 인권상황에 대해 출소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32%는 수감중 교도관이나 경비교도대원에게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폭행의 형태도 다양해 욕설이나 수갑·포승의 과잉사용, 몽둥이 구타 등을 비롯해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응답한 사람도 있었다.

또 징벌방의 존재에 대한 교도소쪽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에 응한 사람들은 “창문도 없고 햇볕도 들지 않는 징벌방에 들어간 적이 있다”며 “징벌방은 너무 비인간적인 곳이니 없어져야 한다”고 대답했다.

재소자들이 병에 걸렸을 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적잖은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에 걸렸을 때 의무관이 진찰하는 경우는 29%에 불과했다. 22%는 교도관이 진료했다고 응답했으며, 동료한테서 진찰을 받은 사례도 3%나 됐다. 약의 조제도 의무관(14%)이나 약사(12%)가 아닌 교도관(16%)이나 재소자(8%)가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런 교도소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 불복신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고지받은 적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0.9%에 불과했으며, 불복신청을 해도 80%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천주교인권위 오창익 사무국장은 “이번 조사를 계기로 행형제도의 개선을 위한 활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준식 인권운동사랑방 대표도 “교도소내 인권침해 실상이 드러난 만큼 법무부 등을 상대로 대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수갑이나 포승을 채운 것은 재소자들의 난동이나 자해를 막기 위한 정당한 조처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며 교도소내 인권상황은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안수찬 기자>


“교도관보다 제도가 문제”/
조세형씨 ‘폐쇄성’ 막을 장치 강조

교도소의 가혹행위를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던 ‘대도’ 조세형씨는 21일 교도소 인권실태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 참석해 “교도소가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폐쇄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인권침해가 자행된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인권단체의 이번 교도소 실태조사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나만 해도 자살우려자로 분류돼 가죽수갑으로 손이 묶힌 채 57일 동안 징벌방에 갇힌 적이 있다”며 “모든 재소자가 똑같은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교도소를 다녀온 사람이면 누구나 가려진 진실을 이야기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가혹행위와 관련해 “90년대 들어 교도관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지만 문제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선량한 교도관이라도 현재와 같은 교도행정 속에서는 폭력적이고 권위적일 수밖에 없다”며 “제도를 고쳐 선의의 교도관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교도소의 폐쇄성 때문에 교도소가 인권 사각지대로 남겨져 있는 만큼 사회가 교도소를 감시하고 관심을 기울일 때 인권침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수찬 기자>

한겨레 1998-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