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마을 주민 강동균입니다.
상태바
제주 강정마을 주민 강동균입니다.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20.09.29 1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 강정마을입니다. 강정평화센터 공동설립자가 되어 주세요.

제주 강정마을입니다.

강정평화센터 공동설립자가 되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 강동균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를 아프게 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모든 분들의 평안을 기원하며 그동안 강정마을을 방문하여 함께 해 주시고 마음으로 응원해주셨던 강정마을의 친구들께 안부를 여쭙습니다.

 

우리 주민들과 올레길을 순례하던 이들이 자유롭게 거닐던 아름다운 제주 강정 바다로 들어가는 모든 길을 담장으로 둘러막고 족히 수백년은 자리하고 있었을 구럼비 바위를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킨 후에, 엄청난 시멘트를 쏟아 부어 완공한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은 전혀 아름답지도 않고 관광객들이 찾아오지도 않는 회색의 흉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강정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은 제주 해군기지가 완공 된 이후에도 강정마을을 떠나지 않고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7시면 아무런 약속이 없이도 삼삼오오 해군기지 정문 앞에 모여 평화를 기원하는 백배 기도를 올리고 11시에는 문정현 신부님과 천주교 식구들이 함께하는 생명평화미사가 거리 천막에서 봉헌됩니다.

미사를 마친 분들이 천천히 걸어 해군기지 정문으로 향하면 마을 여기저기에서 주민들과 평화지킴이들이 하나둘씩 모여 들어 춤을 추고 시를 읽고 노래를 부르며 평화 인간띠잇기가 이어집니다. 지난 수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온 변함없는 일과입니다. 해군기지나 무기 따위로는 평화를 지킬 수 없고 평화는 오직 평화로만 지킬 수 있다는 진리를 아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웃고 노래하고 춤추며 평화를 염원하고 크고 작은 평화활동을 시작했던 공간, 강정을 방문하는 강정의 친구들이 강정을 여행하는 순례자들이 꼭 들려가던 강정마을의 상징 같았던 공간 강정평화센터가 지난 5월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오랫동안 고맙게 빌려 썼던 땅이 팔리게 되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강정평화센터 자리에는 조만간 마트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합니다.

 

물론 사람이 살아가는데 마트도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강정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에게는 강정평화센터가 더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평화와 인권을 따라 걷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 바로 그 강정평화센터를 다시 짓기로 했습니다.

 

벌써 많은 분들이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 해 주고 계십니다. 제주 사회적 기업들도 마음을 모아 주시기로 했고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님께서도 강정평화센터를 지원해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화려하고 커대한 강정평화센터를 세우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강정평화센터 내부에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투쟁의 역사를 기록할 것입니다. 강정과 함께 했던 사람들과 마음들로 가득 채울 것입니다. 강정은 그동안 많은 분들의 연대와 동참으로 험한 산도 넘고 거친 바다도 건너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한번 더 간곡한 청을 드립니다.

강정평화센터의 공동설립자가 되어 주시기를 청합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온 나라에 평화의 기운을 퍼뜨릴 강정평화센터를 만들겠습니다. 강정은 아직도 싸우고 있습니다. 강정은 여전히 평화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가 물러가고 다시 많은 분들이 제주와 강정을 찾으실 때, 강정평화센터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시원하게 여러분을 환영하겠습니다. 흔들림 없이 평화와 함께 걸어가고 있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09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회장 강동균 드림

 

* 텀블벅 크라우드펀딩 마감은 106일입니다.

* 강정평화센터 관련 문의는 02) 777 - 0641 / chrc@hanmail.net 으로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