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당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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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당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른다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24.01.1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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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평화를!
- 책 <당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른다>를 읽고

배여진(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

 

"당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른다" @오월의봄
"당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른다" @오월의봄

 

우리 집 어린이들은 가끔 북한에 대한 질문을 한다. “엄마, 김정은은 정말로 여자를 좋아해?”, “김정은 앞에서 웃으면 죽는다는데 사실이야?” 등 내가 대답하기 힘든, 아니 대답하기도 싫은 질문들을 하고는 한다. 범인은 유튜브 쇼츠다. 사건에 대한 정확한 근거와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내용이 아닌, 대중들이 혹 하고 넘어갈만한, 어린 아이들이 호기심에 넘어갈법한 컨텐츠들에 아이들이 무방비상태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비단 어린이들 뿐일까. 어른들도 마찬가지이다. 간만에 나이 든 부모님들을 만나면 출처가 어딘지도 모를 가짜뉴스를 보고는 내 앞에서 몇 번 이상한 말씀들을 하시다가 참지 못한 딸이 몇 번 버럭 하자, ‘적어도’ 내 앞에서는 요상한 가짜뉴스의 내용들을 설파하시진 않는다. 그렇다고 주류언론은 어떠한가. 주류언론이라고 한들 우리는 다 믿을 수 있는가? 아니, 주류언론의 입에서 나오는 정보들을 다 믿어도 되는걸까? 눈과 귀를 열기 위해 접하는 언론들의 목소리 때문에 외려 우리의 귀와 눈이 닫히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크라이나 전쟁도 마찬가지이다. 언제부턴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주류언론들의 보도를 믿을 수 없게 되었다. 그 뉴스들을 볼수록 오히려 미궁 속으로 빠지는 느낌이었달까. 뉴스 속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가 몇 명인지,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 세계 각국의 입장은 무엇인지 등등 연일 보도를 하였지만 왠지 모르게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언론도 길을 헤매고 있는 모양새였다. 늘 내게 질문 세례를 퍼붓는 우리 집 어린이들의 “엄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왜 전쟁을 하게 된 거야?”라는 질문에 여지껏 대답을 못하고 있는 나는 정말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나? 이 전쟁을 통해 러시아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세계 각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이 전쟁을 하루 빨리 끝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 세계는 진심으로 이 전쟁이 끝나길 바라기는 하는 걸까?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책 <당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른다>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누가 ‘시작’했는지가 아니라, 사태의 ‘기원’을 찾는 것으로 큰 흐름을 가져간다. 러시아가 침공을 했다고 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책임이 100프로 러시아에 있다고, 러시아를 악의 축으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 2월 24일보다 훨씬 오래전으로 돌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기원’을 살펴본다. 특히 미국의 페미니스트 반전단체에서 활동하는 두 명의 저자들은 러시아를 전쟁으로 내몰아간 미국과 나토의 책임을 굉장히 날카롭게 묻는다. 

저자들은 우크라이나에서는 두 개의 전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하나는 러시아가 침략자로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의 내전에 군사적으로 개입된 전쟁, 다른 하나는 좀 더 넓은 지정학적 차원의 갈등으로, 이 갈등의 한쪽 진영에서는 이 갈등을 유발한, 그리고 더 공세적인 당사자인 미국과 나토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러시아가 있다고 본다.(p34, 35) 특히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분쟁의 복잡성에서 오는 혼란을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통해 검토하고, 동시에 미국과 유럽, 러시아가 어떻게 우크라이나의 역사에 개입하게 되었는지 검토한다.

특히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에 대한 부분이었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인도적 지원은 물론이고, 지역의 수만 가정이 피난민들을 자신의 집으로 기꺼이 받아들여 수백만의 우크라이나인들이 난민 캠프 없이도 정착할 수 있게 되어 난민 관련 분야의 전 세계 시민사회를 놀라게 했다고 하는데, 이에 저자들은 “어떻게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이런 놀라운 지원이 쏟아졌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자들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보는데, 하나는 수십년의 냉전으로 인해 반감을 갖고 있는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가 공격받는 사실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대부분의 난민이 백인 유럽인이라는 것이다. 한 프랑스 정치인은 우크라이나인을 “고급 난민”이라고 표현했고, 불가리아 총리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똑똑하고 , 교육받았다. … 이들은 이력이 불분명하고 심지어 테러리스트가 될 수도 있는, 우리에게 익숙한 그 난민들의 물결이 아니다”라는 발언도 하였다. 특히 저자들은 다른 인종의 난민들에게는 매우 배타적이고 방관적인 모습을 보였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같은 ‘백인 유럽인’인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만’ 포용적인 자세로 나아가는 행태를 비판한다. 난민들로 꽉 찬 구조선에 북아프리카 이주민들이 아닌 백인 유럽인들이 타고 있었다면 그 구조선은 이탈리아 항구에 정박할 수 있었을까? 난 ‘그렇다’에 한 표 던진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머릿속에 품고 이 책을 읽기로 결정했을 때 과연 나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궁금했다. 결과적으로 답은 ‘아니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고, 국가 간의 전쟁은 생각보다 더 복잡한 관계들이 얽혀있기 때문에 책 한 권을 읽는다고 해서 의문을 다 해소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러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길을 제시해준다.

이 책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두 국가 간의 문제, 또 러시아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토,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 나토에 대한 냉정한 시선과 비판, 인종의 문제로 바라본 우크라이나 난민의 ‘우월성’,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하는 언론의 행태, 가짜뉴스에 대한 비판, 언론 탄압 문제,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인들과 여전히 전쟁을 지지하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와 식량 가격 상승으로 곤경에 처한 빈곤국에 대한 고찰, 핵무기 문제, 전쟁 자체에 대한 비판 등 꽤나 심도있고 입체적인 내용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여러 영역에서 뜯어보며 살펴본다.

책 제목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몰랐던 나는 사실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답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해주는 것에 이 책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전 세계 곳곳에는 여전히 총성이 끊이지 않는다. 수많은 민간인들과 군인들이 희생되고 전쟁고아가 생겨난다. 군인이라고 해서 그 목숨이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떤 명분으로 자행되고 있는지 모를 전쟁 속에서 군인들이 단지 군인이라는 이유로 그들 목숨의 가치가 민간인 목숨의 가치보다 낮을 수는 없다. 이 와중에도 무기 장사를 하는 기업들은 무기를 판매하며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을 벌고 있고, 그 돈은 평온하게 삶을 살아내고 있던 사람들의 목숨값이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전쟁이 터지면 무기 장사 기업들의 주가는 요동을 친다. 이 세계는 지구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멈추려는 의지들은 있는 걸까?

전쟁을 직접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모르겠다. 내가 전쟁터에 가서 전쟁 반대 피켓을 들고 있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지난해 한 평화운동단체 활동가들이 우리나라에서 열린 무기박람회장에서 전시되어 있는 탱크 위로 올라가 “살인을 수출하지 말자”라고 외치는 활동가들이 벌금을 낼 위기에 처하자 벌금 모금에 함께 힘을 보탰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이 정도 일 뿐이지만 이런 마음들이 모여 조금씩 세상을 바꿀 수 있을거라 난 여전히 믿는다. 그리고 책 <당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른다>도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평화를 위한 고민과 행동에 큰 힘을 보탤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