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의문사 원인규명 제대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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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의문사 원인규명 제대로 하라"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2.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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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유가족 등, '진상 규명 및 정부 대책' 촉구
"2001년 2월 13일 자원입대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방 의무를 다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의 품에 돌아온다고 약속한 너였기에 이 엄마는 오늘도 제대날을 기다린다... 오늘도 길거리에는 너를 닮은 아들들이 많이 있는데 엄마라고 불러주는 아들은 없구나. 남북분단 50년 역사에도 이제 만남이 있는데 우리 아들들은 어디 가야 만나지. 아니 한줌 재로 편안히 잠들지 못한 채 봉합소에서 또는 냉동고에서 진실을 왜곡한 국방부를 원망하는 불쌍한 영혼들을 편히나마 잠들게 해 주세요. 2002년 6월 5일 상훈 엄마 올림."

2001년 2월 입대해 그해 5월 19일 사망한 송상훈 이병의 어머니는 "아직도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5일 서울 종로 종묘공원에서 열린 '군 의문사 및 군 폭력 희생자 합동 추모제'에서 송 이병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내내 눈물을 흘렸다.

휴가를 며칠 앞둔 상태였으며 유서도 없었고 사망 직전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잘 있다는 전화를 했던 송 이병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해 군 측은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와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한 자살로 결론내렸다. 그러나 유족들은 사체 여러 곳에서 구타의 흔적이 발견된다는 점과 자신의 키보다 낮은 곳에 목을 매 발이 땅에 닿아 있던 점 등을 의혹으로 제기하며 구타와 가혹행위에 의한 죽음이라고 주장했다. 군 측은 뒤늦게 구타와 가혹행위 사실을 밝혀내고 관련자들을 징계 조치했다. 그러나 '자살'이라는 결론에는 변함이 없다.

해마다 3백여명이 군에서 사망

2000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3백여명의 젊은이들이 군대에서 각종 사고로 사망하며, 이중 3분의 1에 이르는 1백여명이 '자살'이라고 한다.

그러나 유족들 대다수는 '자살'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유족들이 보기에 군 수사당국은 사망자 본인의 문제로 모든 사고의 원인을 돌리려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다. 빠른 시일 내에 사건을 종결시키려고 조급하게 서두른다.

유족들에 따르면 군 수사당국은 유서가 없고 목격자가 없는 사건일 경우 ▲내성적 성격에 의한 군복무 염증 ▲가정적 문제로 인한 비관 ▲여자친구와의 갈등 ▲금전적인 문제 등 천편일률적인 사인을 들어 자살로 결론 내린다는 것이다.

또 군사 보안지역이라는 이유로 유족들의 현장 출입은 엄격히 제한되기 때문에 유족들은 억울한 죽음을 그저 받아들여야만 한다. 게다가 자살이나 변사 등의 경우 아무런 예우 규정이 없어 모든 책임은 망자에게 떠넘겨진다. 젊디젊은 자식의 사인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한 유족들은 이승에서, 군에서 눈을 감은 고인은 저승에서 편히 잠들지 못한다.

"6월을 군 의문사 진상규명의 달로"

이에 '군 의문사 진상규명과 군 폭력 근절을 위한 가족협의회'(군가협, 회장 김정숙),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6월을 '군 의문사 진상규명과 군 폭력 근절을 위한 홍보의 달'로 선정, 거리 캠페인 등을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정부와 국방부에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기로 했다.

천주교인권위 정은성 간사는 "우리나라는 징병제이기 때문에 군대내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국가에 있다"면서 "정부와 국방부는 관련 법을 개정해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군 의문사와 군 폭력 예방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5일 '합동추모제'를 가진 데 이어 오는 20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징병제와 군 의문사 국가책임 토론회'를 개최한다. 또 지난달 28일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울 명동, 대학로 등지에서 거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캠페인은 19일까지 23일간 계속될 예정이다.

징병제라는 현실을 빌미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의 소중함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군 의문사 유족들은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