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동권연대, 뚝심으로 얻어낸 절반의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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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동권연대, 뚝심으로 얻어낸 절반의승리
  • 허영신
  • 승인 2002.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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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표 단식 및 국가인권위 농성 풀어…엄태근 국장 등 연행자도 석방
지난 8월 12일부터 39일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행됐던 장애인이동권연대(아래 이동권연대)의 농성투쟁이 종료됐다. 이동권연대는 19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통해 △발산역 사고 책임과 관련, 서울시에 대한 법적투쟁으로의 전환 △서울시가 밝힌 '저상버스 도입 및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대책 현실화를 위한 투쟁을 천명하며, 농성을 정리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경석 이동권연대 공동대표도 단식을 풀었다.

발산역 사고 책임 규명, 법적투쟁으로 전환

이동권연대는 이번 농성의 첫번째 목표였던 서울시측의 공개사과를 끝내 받아내지 못했다. 5월 19일 발산역리프트사고로 지체장애인 윤재봉씨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이동권연대는 줄기차게 서울시측의 책임인정과 공개사과를 요청해 왔다. 일각으로부터 명분에 집착한 요구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막고 서울시가 이동권 정책을 성실히 수행해 나가기 위해선 '사고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규명'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던 것이다.

서울시측이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없어 겪어야 했던 불편함과 불의의 사고에 대하여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이동권연대는 "발산역 사고의 원인과 책임 규명을 회피한 것"이라며 서울시측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동권연대는 농성투쟁을 정리하고 소송제기 등 법적투쟁을 통해 서울시 책임규명을 위한 투쟁을 지속해나가기로 했다. 한편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발산역사고 현장검증 결과가 어떻게 발표될 지도 주목되고 있다.

서울시, 9월말까지 저상버스 도입 추진협의회 구성 약속

서울시측이 18일 발표한 '저상버스 도입 추진위원회 구성' 약속은 이번 농성투쟁이 얻어낸 구체적 성과로 평가된다. 이동권연대의 농성돌입 이후 서울시는 8월 28일 최초의 입장을 밝히면서, '무료 셔틀버스 운영·심부름 센터 운영·휠체어 콜택시 도입' 등 실효성 없는 대책을 내놓는 데 그쳤으나, 이날 발표한 '저상버스 도입계획'은 △9월말까지 '저상버스 도입 추진협의회' 구성 △장애인단체, 노인단체, 교통전문가, 연구기관, 기술진, 시내버스조합, 시의원, 시관계자 등 17명 내외로 추진협의회 구성 △추진협의회를 통해 저상버스 도입·운영방안, 기술적 조건, 도로 및 부대시설,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방안, 추진일정, 소요재원 확보방안 등을 검토한다는 것으로, 기존의 대책에 비해 진일보한 내용이다.

또한 서울시로부터 2004년까지 지하철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로 확인받은 것 역시 소중한 성과다. 박경석 대표는 "서울시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똑똑히 지켜보고 감시할 것"이라며 "이러한 대책이 우리의 투쟁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경석 대표, 병원 입원

39일간 단식투쟁을 벌인 박경석 대표는 이날 오후 농성마무리와 함께 안국동 헌법재판소 맞은편에 위치한 '한국병원'에 입원했다. 단식중에도 집회에 계속 참여하는 등 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박 대표는 18일 혈당수치가 심각하게 떨어졌다는 진단을 받은 바 있으며, 병원에서 2-3일 이상 안정을 취할 예정이다. 한편,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연행된 엄태근 이동권연대 사무국장 등 3명의 활동가들은 19일 낮 12시경 모두 남대문경찰서에서 풀려났다.

결연한 의지 다진 기자회견

국가인권위 점거농성의 종료를 선언하기 위해 열린 이날 기자회견장(농성장)엔 평소와 달리 언론사 기자들이 대거 취재를 위해 참석했다. 농성 정리 소식을 누구보다도 반가워 한 국가인권위 직원들도 기자회견 모습을 지켜봤다.

9월 19일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