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인권] 어찌하여 너희는 내 백성을 짓밟느냐? 어찌하여 가난한 자의 얼굴을 짓찧느냐?(이사야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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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인권] 어찌하여 너희는 내 백성을 짓밟느냐? 어찌하여 가난한 자의 얼굴을 짓찧느냐?(이사야 3:15)
  • 조희재
  • 승인 2002.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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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1일 강남성모병원과 경희의료원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강력히 규탄한다.-
사용자 측은 직권중재라는 악법을 악용하여 불성실 교섭으로 파업을 유도하고, 파업투쟁이 112일 되도록 아무런 문제해결의 노력도 없이 공권력에 의한 무자비한 폭력으로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하였다. 특히 강남성모병원의 경우 성당 안에까지 무장을 한 경찰이 진입하여 폭력을 행사하였음에도 이를 방관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가톨릭 교회의 믿음마저 져버리는 행위를 하였다.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인 사회교리에서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다. "교회가 항상 가르쳐왔던 원칙, 즉 노동이 자본보다 우위에 있다는 원칙을 무엇보다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 원칙은 생산과정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것이다. 생산과정에서 노동은 항상 주요 동인(動因)이 되지만, 생산의 집적인 자본은 다만 하나의 '도구'또는 도구인(道具因)이 될 뿐이다. 이 원칙은 인간의 역사적 체험에서 얻은 명백한 진리이다."[노동하는 인간 12항]이처럼 교회에서는 노동의 우위성을 가르치며 자본은 생산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명백하게 밝히고 있으나, 지금의 가톨릭재단의 병원에서 보여주고 있는 병원노동자들에 대한 태도는 오히려 자본을 중심으로 바라보며, 교회의 가르침을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의사들의 불법적인 진료거부와 단체행동에는 월급까지 지급하며 지원
을 하더니,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한 정당한 투쟁에는 고소·고발과 징계·해고도 모자라서 경찰의 폭력까지 불러들이며 탄압함으로써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권력의 폭력 행사는 사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며, 오히려 노동자들의 분노를 일으켜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지금까지 명동성당은 민주화의 성지였으며 노동자 민중의 해방공간이 되었다. 하지만, 9월 11일 자행된 가톨릭중앙의료원 모습은 그러하지 못하다. 경찰병력을 요구하고, 무장한 경찰이 성당 안에까지 들어가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도록 유도한 모습을 보며, 많은 국민들은 가톨릭에 대한 작은 믿음마저 잃어가고 있다. 사회정의를 지켜냈던 성지가 이제는 노동자 민중의 분노를 일으키고
투쟁의 대상이 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며, 더 이상 반교회적인 병원 측의 태도를 그대로 지나칠 수 없다.
우리들은 가톨릭 신앙인으로서 사태의 해결과 다시는 경찰의 공권력에 의해 정당한 노동자들의 요구가 짓밟히는 일이 없도록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함께 할 것이며, 지금의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인 정부와 병원의 사용자들에게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 우리의 요구 -
1. 정부와 병원 측은 경찰병력 투입과 폭력행사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라.
1. 연행된 500여명의 노동자들을 즉각 석방하고 폭력행사에 대한 책임자를 처벌하라.
1. 노동기본권을 침해하고, 자율적 노사관계를 가로막는 직권중재제도를 철폐하라.
1. 병원 사용자들은 장기파업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모든 징계와 고소, 고발을 철회하고, 성실하게 협상에 나서라.

2002년 9월 12일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