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민주군대 그 명예회복을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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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민주군대 그 명예회복을위하여
  • 조희재
  • 승인 2002.09.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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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학 신부,군의문사대책위 위원장
기원전 970년경 신혼이던 바쎄바는 남편이며 다윗왕 수하의 군인 우리야가 전사했다는 통보가 왔다. 그 후 얼마 안 있어 다윗왕은 그 전사자의 아내 바쎄바와 혼인을 했다. 사건의 내막은 이러하다. 어느 날 어여쁜 여인을 발견한 다윗왕은 그녀를 데려다 정을 통했는데 그녀는 곧 임신을 했다. 그 여인은 요압 장군의 수하인 우리야의 아내였다. 다윗은 임신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서 우리야에게 휴가를 주어 불러들였다. 주안상까지 내주었지만 충직한 군인 우리야는 상관과 수하군인들이 전쟁터에서 고생하는 데 아내와 더불어 밤을 지낼 수 없다면서 근위병들과 함께 밤을 지샌다. 그러자 다윗왕은 밀지를 내려 우리야를 전투가 가장 심한 곳으로 보내 전사하게 만든다. 그후 다윗은 과부가 된 우리야의 아내 바쎄바와 혼인하여 아들을 낳았으나 곧 병으로 죽고 후에 태어난 아들이 그 유명한 솔로몬이다.(사무엘 하 11장 이하 참조) 부정은폐에 실패한 다윗왕은 자신의 부정을 합법화하기 위해서 살해 지시까지 내린다. 3천년전의 사건이다. 죄지은 인간이 보여주는 은폐와 축소 전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나단 예언자의 질책으로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다윗은 야훼 하느님께 죄를 고백하고 그에 상당한 벌을 받는다. 그런 다윗은 성왕으로 추앙을 받고, 그 아들 솔로몬으로 영화가 이어진다.


최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지난 84년에 발생한 군
의문사 사건인 허원근 일병 사건에 대해 발표한 내용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술취한
상관이 쏜 총에 가슴을 맞아 숨진 상태에서 이를 은폐,
조작하기 위해 두 방을 더 쏘았고 이를 자살로 몰아갔다
는 것은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송두리째 뒤엎는 반인
권적 폭거였다.
18년의 세월, 45세의 허 일병 아버지는 이제 63세나
되었다. 자살했다는 아들의 명예회복과 진실규명을 위한
세월은 너무나도 가슴 아프고 기나긴 시간이었다. 이번
발표는 군대라는 폐쇄적인 조직에서는 심지어 타살도 자
살로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잃고 진상규명과 명
예회복을 위해 20여 년 간 유족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뛰
어다닐 때 과연 우리사회는 무엇을 했던가?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어! 쫄병 때는 피해자인 군 폭력은 고참이
되면서 가해자가 되어있는 현실 속에서 제대하면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다며 지난 군 생활 동안 반 인권적인
군 생활을 추억처럼 되뇌이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을 것
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더욱 큰 문제는 군대에
간 젊은이들이 어떠한 이유로든 지금도 계속 죽음을 당
하고 있고 허 일병의 부모처럼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가족들은 눈덩이처럼 불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인권의 암흑시대였던 80년대는 매년 1000여명이
군에서 사망했고, 소위 국민의 정부라는 최근에도 해마
다 군대에서 300여명이 죽어가고 있다.
최근 23사단에서는 한달 새 두건의 총기사망사고가 발
생하여 3명의 병사가 사망하였다. 사건조사 진행과정에
서 군은 유족들의 항의에 대해 유족들을 폭력과 무단침
입으로 경찰에 고발하고 사단 감찰참모라는 사람은 "유
족들이 용서를 빌고 부검을 해달라고 요청해 오면 그때
서야 부검을 하겠다"는 상식적으로는 입에 담지 못할 언
사를 했다고 한다.
천주교인권위 군의문사대책위원회는 그 동안 국회와
국방부에 이런 가슴아픈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되며 근본
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유가족들과 함께 지속적으
로 호소하여 왔다. 석연찮은 자식의 죽음을 부정하며 억
울함을 호소하는 부모님들이 계속해서 천주교인권위원
회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군에서는 아직도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타살의 혐의가 없으므로 자살'이라는 판에 박
힌 결론을 위압적인 자세로 유족들에게 수용하라고 한다.
이제 국가와 군 당국은 실추된 군 명예 회복을 위해서
도 근본적으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에 간 건장한 청년이 사망했다면
이유가 어쨌든 국가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사망자와 사
망자의 유족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기존의 무책임한 관행
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군대 내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군에서 주장하는 자살이라는 결론에 대한 입
증책임을 군에서 지도록 해야 한다. 허 일병의 사건도
헌병대가 조사를 했고, 육본 범죄 수사단에 고발까지 했
지만 기각했었다. 현장과 목격자, 사고수사단, 참고인, 각
종 사건관련 증거들이 모두 군대 내에 있는데도, 유족의
현장접근을 가로막고, 현장과 사체사진에 대한 촬영을
불허하고, 수사기록 열람조차 보장하지 않는 상태에서
자살이 아님을 유족에게 입증하라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
군에서만 가능한 주장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모든 군의문사 사건
에 대해 전면적인 재조사를 실시하여 국민에게 신뢰받는
군, 그 명예회복을 위하여 거듭나야 한다. 허원근사건에
서 보여지듯이 군만으로 구성된 국방부특조단으로는 결
코 진실규명을 할 수 없으며 유족의 의혹을 해소시킬 수
없다. 과거 병역비리조사단처럼 민, 관, 군이 함께 참여하
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하여 군의문사 사건의 진상을 철저
히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