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7대 종교 단체 등 사형제도 폐지 운동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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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7대 종교 단체 등 사형제도 폐지 운동 활발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1.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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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판가능성, 판단기준 시기별 차이, 사형집행자 인권침해 등 폐해 심각
▲ 브리셀 주재 미대사관 앞에서 사형제도 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한 시위자. 물론 넌 말이 아닌 마음으로만 전해주겠지만.....
얼마 전 미국의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건물폭파범인 맥베이의 사형 집행과 때를 맞춰 우리 나라를 비롯한 미국, 유럽 등지에서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움직임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다. 40 여년간 사형을 사실상 중지해온 미국에서는 이번 사형집행을 통해 그동안 인권선진국이라고 자칭해왔던 그들의 입지를 상당히 궁색하게 만들었다.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모임은 전세계적으로는 국제사면위원회(엠네스티)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전 회원국이 사형제도를 폐지하거나 실제적으로 시행하고 있지 않고 있다. 유엔인권위원회(UNHRC)는 지난 4월 스위스 제네바 총회에서 사형제도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바 있다. 또한 지난 6월에 제 1회 세계 사형제 폐지 촉구대회가 미국, 일본, 유럽,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세계 110여 개국에서 모인 검사, 변호사, 시민운동가 등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기도 했다. 최근 유럽을 방문했던 조지 W.부시 미국 대령도 사형제도 실시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유럽회의는 미국이 사형제도를 폐지하지 않으면 유럽회의 옵서버 자격을 박탈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종교계를 중심으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사형제도 폐지론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80년 대 이후 수 차례 국회에 입법청원을 했고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지만 96년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예전에는 주로 천주교를 중심으로 펼쳐지던 사형폐지 운동은 최근 들어 불교, 천도교 등 범 종교 차원에서 연대한 운동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단체가 지난 6월 결성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 연합'이다. 천주교, 불교, 원불교, 유교, 도교, 민족종교 등 6개 종단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하고 주요 당 대표와 총재들을 만나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정치적 협조를 요청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개신교도 독자적으로 보수와 진보 교단을 아우르는 '사형 폐지 한국기독교연합회'를 발족하고 사형폐지를 입법화하기 위한 대국회, 대정부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출범이후 아직 한 건의 사형집행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48년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이들은 모두 902명에 달한다. 그리고 현재 40∼50 여명의 사형수가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엠네스티의 자료에 의하면 세계적으로는 194개국 중 57개의 나라들이 사형제를 절대적으로 폐지했고 15개의 나라는 전쟁범죄를 제외하고는 폐지했고 28개국은 사실상 사형을 집행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중국은 사형이 가장 빈번한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 3개월간 무려 1천781명이 처형당해,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에서 지난 3년간 처형된 사람들 수를 능가했다고 한다.

사형이 폐지되야하는 이유로는 크게 오판 가능성, 사건에 대한 법적 평가의 시기별 차이, 사형집행자의 인권 등 3가지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로 오판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극도의 공포상태에서 나온 자백과 목격자의 불확실한 증언을 바탕으로 사형이 선고됐지만 나중에 진범이 밝혀진 김기웅 순경 사건을 좋은 예로 들 수 있다. 가장 편견 없이 대하고자 하는 사건의 경우에도 오판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으며 실재로 오판임이 드러난 예도 적잖이 많이 볼 수 있다. 국제사면위에 따르면 1973년 이래 세계적으로 90명의 사형수들이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 유죄혐의를 벗었다고 한다.

둘째로 사건에 대한 법적 평가의 시기별 차이에서는 주로 정치적 수단의 사형을 예로 들 수 있다. 조봉암 선생, 조용수 선생, 인혁당 사건 등은 오늘날의 잣대로 보면 크게 처벌할 가치가 없거나 경미한 사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당시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형이 선고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형이 집행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셋째로 사형집행자들은 직무상 어쩔 수 없이 사형의 집행에 참여하게 된다. 사형수들은 보통 그들의 죄를 반성하고 뉘우치게 되는데 이들의 목숨을 제거한다는 죄책감과 양심의 자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 때문에 사형집행자들은 보통 사형 폐지론자가 된다고 한다.

그 밖에 사형제도가 범죄 예방 효과에 별 기여를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1996년의 한 UN 보고서에 따르면 사형제도는 흉악범죄 예방에 별로 효과가 없다. 오히려 캐나다에선 1976년 사형제도를 폐지한 뒤 인구 10만명 당 살인건수가 1975년의 3.09명에서 1999년에는 1.76명으로 줄었다.

이러한 이유를 모두 제쳐두더라도 인간의 존엄과 인간 생명의 신성함은 인류가 멸망하는 그날까지 강력히 옹호되야 하고 생명권은 어느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가장 기본적 권리라는 점에서 사형제도는 폐지돼야 할 것이다. 최근 미국은 케냐 주재 미국대사관 폭탄테러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의 모하메드 라시드 알-오왈리의 사형에 대해 배심원들의 만장일치를 끌어내지 못하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선고했다. 이는 국제적인 사형제도 폐지의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각종 신문들도 사형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폐지를 주장하는 기사를 싣고 있다. 우리 나라도 현 정권이 들어선 후 사형집행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고 정치권에서도 사형제도 폐지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면위원회, 유엔 인권위원회 등이 활발한 노력을 펼치는 가운데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서용석 인권지기
antacamp@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