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과 인권] <뉴타운컬쳐파티>의 사회적 제작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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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과 인권] <뉴타운컬쳐파티>의 사회적 제작 실험
  • 오병일(진보네트워크센터/정보공유연대 IPLeft 활동가
  • 승인 2011.05.2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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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9일부터 시작되는 제15회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는 해외작 중에 <이 영화를 훔쳐라! (Steal this film)>라는 작품이 있다. 세계 최대의 피투피(P2P) 파일 공유 사이트 중의 하나인 파이럿베이(The Pirate Bay)를 스웨덴 경찰이 압수수색한 사건을 계기로 P2P 파일 공유를 둘러싸고 스웨덴에서 벌어진 논쟁을 다룬 영화이다. 저작권을 비판적으로 다룬 이 영화가 스스로에게 저작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역설적인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이는 이 영화의 제목과 같이 '그래야 훔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10월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스웨덴 ‘해적당’은 모든 디지털 저작물은 저작권에 제한받지 않고 자유롭게 복제, 유통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환경과 저작권의 모순

저작권은 기본적으로 복제를 하기 위해서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을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는 디지털 네트워크가 가능하게 한 지식, 문화의 확산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침해하기도 한다. 딸아이가 손담비의 ‘미쳤어’라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렸다가 저작권 침해로 삭제 요청을 당하기도 하고,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팬카페에 오른 사진이나 동영상 클립이 삭제되기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시나 음악, 영화를 친구들과 얘기하는 것은 일상적인 삶의 소통 과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통이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면 저작권 침해가 되기 십상이다.

2000년 초반, 한국에서도 P2P 방식의 음악파일 공유 프로그램인 ‘소리바다’를 둘러싸고 사회적인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소리바다를 통한 음악 파일 공유와 마찬가지로 현재도 웹하드를 통한 영화 파일을 공유하는 행위는 ‘창작자의 노력의 산물을 가로채는 도둑질’로 폄하되곤 한다. 그러나 소리바다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단지 현재 유행하는 가요를 ‘공짜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곳은 절판된 예전 음반, 시장성이 없어 음반으로 공급되지 않는 비주류 장르나 해외의 희귀 음반들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많지 않아도 같은 관심을 가진 누군가가 그 음반을 가지고 있다면, 그 음반이 시장에 유통되느냐와 상관없이 음악을 공유할 수 있었다. 요즘 유튜브(Youtube)라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사람들이 애용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음반사가 시장에 내놓는 음악, 극장에 걸리는 영화에 제한되지 않고 수용자 스스로가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영상을 볼 것인지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저작권 강화는 이러한 통제권을 수용자로부터 저작권자(주로 음반사나 영화사와 같은 거대 문화자본들이다)에게 되돌려주려는 시도이다. 수용자들은 문화 상품의 소비자로서 음반사나 영화사들이 요구하는 방식으로만 소비하기를 요구받는다.

그러나 현행 저작권 제도가 대다수의 창작자들에게 제대로 보상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인디 음악인인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 고 이진원씨의 죽음, 시나리오 작가인 고 최고은씨의 죽음을 계기로 창작자들과 문화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이 조명 받고 있는데, 이는 현실의 저작권이 문화 산업을 독점하고 있는 극소수의 스타나 문화기업에게만 이득이 되고 있을 뿐 대다수의 창작(노동)자에게는 먼 얘기임을 보여준다. 전 세계적인 저작권 강화 흐름은 디즈니와 같은 문화기업의 로비에 기반하고 있다.

대안적 문화생산의 실험, <뉴타운컬쳐파티>

창작물이 자유롭게 복제, 유통되어 수용자의 문화 향유를 제한하지 않고, 수용자가 또 다른 창작자가 되는 문화적 선순환이 이루어지면서도, 창작자가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고 안정적으로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는 단순히 저작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거대 문화기업에 의한 독과점 문제, 문화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나아가 사회 전체의 복지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수준과 각도에서 풀어야할 문제이다. 이를 위해 정책적인 대안이 마련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대안적인 문화생산 방식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독립영화 <뉴타운컬쳐파티>의 ‘사회적 제작’ 실험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뉴타운컬쳐파티>는 철거 위기에 놓인 식당 두리반과 가난하지만 음악을 하고 싶은, 그래서 스스로 자립기반을 만들어가는 인디 밴드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이미 2010년 초부터 촬영에 들어가 현재 제작 중에 있으며, 10월경에 정식 개봉할 예정이다. <뉴타운컬쳐파티>는 시민/수용자의 십시일반 기금으로 제작비를 모아 영화를 만들고, 만든 영화는 1년 뒤 공개 라이선스를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사회에 환원하는, 일명 '사회적 제작'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 2010년 12월 열린 두리반 투쟁 1주년 공연 [출처] <뉴타운컬쳐파티> 홈페이지(ntcp.kr)


<뉴타운컬쳐파티>는 수용자가 십시일반 기금으로 내는 돈으로 제작을 한다는 점에서, 수용자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제작자로 참여하게 된다. 물론 단순히 돈만 내는 것이 아니라, 촬영, 홍보, 오프라인 행사 등 영화의 제작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이미 참여한 회원 중에는 5만원, 10만원 내는 분들도 있는데, 이는 영화 관람료 7000원보다 훨씬 많은 액수이다. 즉, 대안적인 생산과 유통이 단지 영화 관람료 7000원을 아끼자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용자의 참여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뉴타운컬쳐파티>는 단지 감독이나 제작자의 소유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뉴타운컬쳐파티>는 정식 공개 후 1년 뒤에 공개 라이선스를 통해 사회에 환원되는데, 이렇게 공개된 영화는 누구나 자유롭게 복제, 배포할 수 있다. 사전에 영화 제작에 참여하지 않은 수용자라도 공개 이후에 영화를 다운로드받아 감상을 하고, 또 다른 영화 제작을 위해 자발적 관람료를 지불할 수도 있을 것이다.

<뉴타운컬쳐파티>는 이 영화만이 아니라, 독립영화의 선순환을 위한 자립기반을 구축하고자 한다. <뉴타운컬쳐파티>에 기금을 낼 때, 완전 기부/100% 환급/독립영화지원금 출연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는데, 100% 환급 옵션이나 독립영화지원금 출연 모두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금 납부자가 또 다른 영화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영화의 수익금의 20%는 독립영화지원금으로 출연되며, 30%는 인권센터, 철거민, 인디음악 공연사업부로 기부되고, 50%는 참여 스태프와 음악을 위한 러닝 개런티로 지급된다.

<뉴타운컬쳐파티>는 한 편의 영화일 뿐이지만, 이 영화의 사회적 제작 실험이 성공한다면 또 다른 영화의 사회적 제작으로, 더 나은 방식의 실험으로 발전할 수 있다. 현재 <뉴타운컬쳐파티>는 ‘독립영화 희망씨앗’이라는 이름의 제작위원회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대자본을 들인 영화만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창작자와 수용자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생산을 위한 공동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독립영화'를 위한 '희망씨앗’이 되어 주시길 부탁드린다.

* <뉴타운컬쳐파티>의 홈페이지는 http://ntcp.kr 입니다. 홈페이지에서 ‘독립영화 희망씨앗’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