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주일(2025. 12. 07.) 강론
44회 인권주일, 15회 사회교리주간
오는 2026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이 되면 바티칸 성 베드로 교황 대성전의 성문이 닫히며, “희망의 순례자” 정기 희년이 종료됩니다. 희년의 마지막을 꼭 한달 남긴 오늘 대림 제2주일은 한국 가톨릭 교회가 정한 마흔 네번째 인권주일이자, 열 다섯번째 사회교리 주간을 시작하는 날입니다. 우리 교회가 스스로 ‘인권옹호자’ 역할을 자임하며 우리 사회 인권 향상을 위해 탐구하고 노력하기 위해 인권주일을 제정하고 매년 특별히 기념해 왔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회개를 외칩니다. 우리가 예수께 다가가는 시간, 예수께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시간인 대림 제2주일에 우리 모두의 회개, 우리 교회의 회개를 이야기 합니다. 우리 교회가 1982년 발표한 첫 번째 인권주일 담화문은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에 대한 우리 교회의 자각과 각성”을 호소했습니다. 우리가 그 다짐에 충실히 그 역할을 해 왔는지 돌아보며 성찰합니다.
우리는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마태오 복음서 25장 40절> 라는 말씀을 자주 인용하며 가난한 이들, 소외되고 억압받는 이웃들을 위한 실천을 강조합니다. 더불어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 <마태오 복음서 25장 45절>라는 말씀 역시 예수님의 중요한 메시지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빼앗기고 내몰리는 이웃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게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것을 예수께서 명확하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얼마 전 세계시민들이 존경하고 사랑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을 하느님 곁으로 배웅했습니다. 역대 어느 교황보다 낮은 자세로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의 곁에서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목소리를 내주셨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희년을 선포하시며 “감옥에 갇힌 이들을 위한 존엄한 처우와 인권 존중,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리스도교 신앙에 반대되고 용서와 재활의 희망을 모두 없애 버리는 사형제도 폐지”를 강조하셨습니다.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가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강력한 형벌만으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발상은 무책임한 일입니다. 사형을 비롯한 강력한 형벌 제도가 범죄 발생을 억지한다는 그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전 세계 193개국이 회원인 유엔(UN)은 전 세계의 사형제도 폐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사형 집행을 재개하거나 강력한 형벌을 새로 도입하는 것으로 범죄를 예방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인권은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수호되어야 한다. 부분적인 인권 수호는 인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추린 사회교리 154항> 우리 교회의 가르침은 인권을 보호받아야 할 인권과 보호받지 않아도 되는 인권으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차별과 혐오의 겪는 이들이 존재하는데도 이를 외면하는 이들이 있는 한 진정한 인권은 여전히 멀리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중에 단 한사람만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어도, 우리 모두가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라는 인권운동의 선언은 우리 교회의 입장과 일치합니다.
마흔 네번째 인권주일, 우리는 일상에서 누구나 인권을 침해당하는 피해자가 될 수도, 인권을 침해하는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인권침해의 직접적인 피해나 인권침해 목격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익숙해지는 일들 역시 경계해야 합니다. 인권과 평화를 우리들의 삶에 초대하고 기쁘게 누리며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