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한 걸음 다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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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한 걸음 다가가다!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26.07.0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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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세계사형폐지총회 참가기

전 세계의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한 걸음 다가가다!

9회 세계사형폐지총회 참가기

김덕진 

사형제도 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 사무국장

파리에 본부를 둔 사형폐지국제연합(ECPM_Ensemble contre la peine de mort)이 주최하고 개최국인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EU)이 후원한 제9차 세계사형폐지총회_World Congress Against the Death Penalty(이하 총회)가 2026년 6월 30일(화)부터 7월 2일(목)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었다. 전 세계 100여개 국에서 모인 정치인, 외교관, 법조인, 연구자, 활동가, 문화예술인 그리고 사형제도 직간접 경험자 등 1500여명이 참가한 이번 총회는 일부 국가에서 사형집행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사형제도 폐지로 향하는 전 세계적인 흐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9회 세계사형폐지총회
9회 세계사형폐지총회에서 대한민국의 사형폐지를 응원하는 각국의 활동가들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진 3일 동안 일부 국가의 사형집행 증가, 마약범죄, 차별, 사법 정의, 사회·경제적 영향, 사법부의 역할 등 사형제도와 관련된 핵심 쟁점들을 토론했으며 특히 사형제도 직간접 경험자들의 증언과 청년들의 역할이 강조되었다. 30개국 50명의 청년 홍보대사(Young Ambassadors)와 프랑스 중·고등·대학생들이 총회에 함께하여 사형제도 폐지의 가치를 다음 세대로 이어가려는 국제사회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총회 첫날인 6월 30일 임마뉴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은 행사장인 프랑스 공영방송인 라디오 프랑스(Radio France) 공개홀을 찾아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특별 연설을 하여 참가자 모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9회 세계사형폐지총회_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9회 세계사형폐지총회_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 대통령은 “사형제도는 단 한 번도 범죄 억제 효과를 입증한 적이 없다. 사형제도 지지자들, 특히 사형제도를 사회질서 유지의 수단으로 내세우는 권위주의 정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형제도가 범죄 억제 효과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는 이미 수없이 관찰되고 증명되었다. 사형제도는 결코 사회를 안전하게 만든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없다. 사형은 무기가 될 수는 있어도 결코 사회를 지키는 방패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형 폐지는 인간의 존엄을 인정하는 일이고 이러한 원칙은 민주사회의 초석(cornerstone)이자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토대"라고 사형제도 폐지의 당위성을 강조하였다.

“사형제도 폐지는 단순한 법률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이다. 누군가가 어떤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 사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는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서 인간성을 박탈할 권한은 없다." 또,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투쟁은 인간의 존엄을 위한 투쟁이며, 오늘날에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치 사형제도 폐지가 이미 완성된 일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많은 나라에서 여전히 위험이 존재한다.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전 세계는 마음을 모아야 한다.”며 지속적인 연대와 활동을 격려하고 프랑스가 전 세계의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노력 할 것을 다짐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의미 있는 발표들이 이어졌다. 총회 개회식에서 아델 나사르(Adel Nassar) 레바논 법무부 장관은 레바논 정부 차원으로 사형제도 폐지를 추진할 계획이라 공식 발표하면서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많은 폭력을 경험해 왔기 때문에 이러한 결심은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레바논의 사법제도는 더 이상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일을 맡아서는 안 된다."고 선언했다.

압델라티프 와흐비(Abdellatif Ouahbi) 모로코 법무부 장관은 2029년 10회 세계사형폐지총회를 모로코에서 개최하기로 확정했음을 알려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고, 총회 주최단체인 ECPM 아미나타 니아카테(Aminata Niakaté) 회장은 "모로코가 차기 세계사형폐지총회를 개최하겠다고 나선 것은 매우 의미 있고 강력한 선언이다. 모로코는 사형제도 폐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3년 후, 우리의 간절한 바람대로, 새롭게 사형제도를 폐지한 국가에서 세계사형폐지총회를 개최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모로코의 결정에 감사를 표했다.

ECPM 사무총장 라파엘 슈뉘우 아잔(Raphaël Chenuil-Hazan)도 "각종 위기와 사형제도 부활을 시도하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회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사형제도 폐지는 계속 전진하고 있으며 법조계, 정부, 국제기구, 시민사회 그리고 젊은 세대까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사형제를 과거의 제도로 만들기 위해 함께하고 있다.“고 참가자들을 고무했다.

이어 차드(Chad), 캄보디아(Cambodia), 중앙아프리카공화국(Central African Republic), 시에라 라이온(Sierra Leone)등 국가들이 사형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Second Optional Protocol to the ICCPR)를 비준했음을 알리는 발표가 있었고 사형제도의 차별성과 사회·경제적 영향을 국제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결의를 담은 국제 인권 전문가 75인의 공동성명도 발표되었다.

이번 총회에는 사형제도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형수 출신 사형제도 폐지 활동가, 사형집행을 당한 사형수 가족, 오판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억울한 누명을 쓰고 복역한 후 석방된 피해자 등이 경험을 나누며 복수가 아닌 정의, 인간의 존엄, 그리고 모든 생명의 양도할 수 없는 가치를 강조하는 증언이 이어졌다.

일본에서 46년간 사형수로 복역하다가 2024년 무죄를 선고받은 이와오 하카마다(Iwao Hakamata)의 누나로 50년 동안 동생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 온 히데코 하카마다(Hideko Hakamata)는 "동생 이와오가 구제되었다고 해서 내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다. 나는 침묵하지 않고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다. 아직도 전 세계에 사형수들은 너무 많고 그들 가운데는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도 있다. 일본과 전 세계에서 사형제도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1981년 프랑스에서 사형제도가 폐지되기 전 마지막으로 사면을 받은 사형수이자 역사학자로 프랑스 국립고등사회과학원(EHESS)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원을 역임했던 필리프 모리스(Philippe Maurice)는 "사람을 죽여야 할 정당한 이유는 없습니다. 사형은 범죄자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도 함께 파괴합니다. 모든 이들에게 두 번째 기회는 가능하며 사형제도 폐지는 돌이킬 수 없는 처벌보다 정의가 승리한 결과임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에서 누명을 쓰고 30년 가까이 사형수로 수감되었다가 2024년 무죄를 선고 받은 다니엘 그윈(Daniel Gwynn)도 참석하였는데, 이들의 목소리는 모든 사형 선고에는 사형수 뿐만 아니라 그 가족과 주변인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둘째 날과 셋째 날에는 각국의 전문가들이 함께 한 전체 회의, 라운드테이블 토론, 워크숍, 문화 행사, 사이드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헌법재판소를 통한 사형제도의 위헌성 심판’, ‘전문가와 사형제도: 대리외상(Vicarious Trauma)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마약과의 전쟁과 사형제도: 사형폐지를 위해 극복해야 할 걸림돌’, ‘사형수들이 겪는 고문에 맞서는 저항의 행위로서의 서신 교환’, ‘종신 복역의 문제, 젠더 기반 폭력의 극단적 형태 사형제도’, ‘범죄화에 대응하는 성소수자 인권운동과 사형폐지 운동’ 등 20여 개의 세션에서 심도 깊은 토론이 이어졌다.

대한민국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역임한 김기영 단국대학교 법학부 석좌교수는 ‘헌법재판소를 통한 사형제도의 위헌성 심판’ 세션에 참가하여 사형제도의 폐지는 “민주적 정당성의 관점에서 볼 때, 사형제도 폐지와 같이 형벌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수반하는 결정은 입법부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입법부가 오랫동안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경우에는 법원이 헌법적 가치의 최후의 수호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법원의 임무는 민주적 절차를 우회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권이라는 헌법의 핵심 가치가 충분히 고려되고 있는지를 심사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9회 세계사형폐지총회_김기영 전 헌법재판관
9회 세계사형폐지총회_김기영 전 헌법재판관

또, 김기영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1997년 이후 29년 가까이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는 것은 입법부도 사형집행을 중단하는 데에 동의해 온 것과 같은 상태라고 할 수 있지만 입법을 통해 사형제도가 폐지되지 않는 한, 사형은 언제든 다시 집행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형제도의 헌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법원의 중요한 책무라고 주장했다.

김기영 교수는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입법부와 사법부가 같은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입법부가 사형제도 폐지를 향해 나아간다면 사법부는 헌법적 원칙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고, 반대로 입법부가 침묵하고 있을 때에는 헌법적 양심을 표현하는 것이 사법부가 수행해야 할 매우 중요한 민주적 기능”이라는 발언으로 청중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총회의 폐회식은 프랑스 의회 역사상 최초의 여성 국회의장이자, 2022년부터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야엘 브라운 피베(Yaël Braun-Pivet) 프랑스 국회의장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7월 2일(목) 오후 4시부터 프랑스 국회의장 공식 관저인 오텔 드 라세(Hôtel de Lassay)의 연회장 갈레리 데 페트(Galerie des Fêtes)에서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차분하면서도 힘있게 진행되었다.

9회세계사형폐지총회_야엘 브라운 피베 프랑스 국회의장
9회세계사형폐지총회_야엘 브라운 피베 프랑스 국회의장

야엘 브라운 피베 프랑스 국회의장은 폐회사에서 『레 미제라블』과 『노트르담 드 파리』 등을 집필한 세계적인 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가 1829년 발표한 소설 『사형수 최후의 날』(Le Dernier Jour d’un Condamné)를 통해 사형제도의 비인간성과 공포를 고발했던 사실과 지난 2024년 세상을 떠난 ‘유럽 사형폐지의 아버지’ 로베르 바댕테르(Robert Badinter) 전 프랑스 법무부장관의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노력한 업적을 언급하며 사회적으로 어떤 불안함이 있더라도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폐회식은 로베르 바댕테르 대상(Robert Badinter Grand Prix) 시상식에서 절정을 이루었는데, 콩고민주공화국의 리에뱅 응곤지(Lievin Ngondji) 변호사가 로베르 바댕테르 대상(Robert Badinter Grand Prix)의 첫번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응곤지 변호사는 세계사형폐지연합(World Coalition Against the Death Penalty)의 공동 창립자이며 3개 지역의 사형제도 폐지 네트워크와 인권단체 Culture for Peace and Justice(CPJ)를 설립하는 등 전 세계의 사형제도 폐지 활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어진 사형폐지 시상식(Abolition Awards)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활동하는 개인과 단체들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세계사형폐지총회는 매 3년마다 서로 다른 도시에서 개최되었는데, 2004년 캐나다 몬트리올(Montreal)을 시작으로 2007년 프랑스 파리(Paris), 2010년 스위스 제네바(Geneva), 2013년 스페인 마드리드(Madrid), 2016년 노르웨이 오슬로(Oslo), 2019년 벨기에 브뤼셀(Brussels), 2022년 독일 베를린(Berlin) 등을 거치며 전 세계의 사형폐지(Universal Abolition)라는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사형폐지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가장 중요한 국제회의로 자리매김했다.

우리 시민사회에서는 2회, 3회, 4회 대회에 대표단을 파견하였는데, 이번 총회에는 4·9통일평화재단과 법조공익모임 ‘나우’의 후원으로 ‘사형제도 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 소속 최새얀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와 김덕진 상임활동가(천주교인권위원회)가 16년 만에 대표단으로 참석하였다. 대표단은 각국의 단체들이 모여 교류하는 ‘Abolition Agora’에서 대한민국의 사형폐지 활동을 총망라한 유인물을 나누고 대한민국의 사형제도 폐지를 응원하는 인증샷 등을 함께 하며 마지막 사형집행 30년이 되는 2027년 12월 30일 이전에 대한민국에서 사형제도가 완전히 폐지 될 수 있도록 관심과 연대를 호소했다. 또, 스페인 마드리드에 본부를 둔 국제사형반대위원회(ICDP_International Commission against the Death Penalty)와의 간담회를 통해 9월 ICDP 대표단의 방한 계획을 조율하고 법무무장관, 국회의원, 시민사회 등과의 면담과 협업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제9회 세계사형폐지총회는 레바논의 공식 사형제도 폐지 선언, 모로코의 차기 세계사형페지총회 개최 결정,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강력한 사형제도 폐지 메시지, 국제법적 약속, 청년 참여 확대, 피해자 증언, 국제 시민사회 연대 강화 등의 성과를 남겼다. 사형존치국의 비율이 가장 높고 사형 집행이 지속되고 있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사형폐지를 위해 마음을 모은 것과 “사형제도 폐지는 거스를 수 없는 국제적 흐름”이라는 점을 확인 한 것도 큰 의미를 갖는다. 참가자들이 대회 내내 외친 “Abolition Now(지금 사형폐지)”라는 구호는 인권은 ‘양보’ 할 수도 ‘나중’으로 미룰 수도 없는 일이라는 점을 다시 상기 시켰다.

현재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에서는 세 번째 사형제도 위헌 여부를 8년 째 심사 중이고, 국회에는 10번째 사형제도폐지특별법이 발의되어 있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사형제도 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는 2027년 12월 30일 대한민국 마지막 사형집행 30년을 국내·외 연대 단체들과 함께 준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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